관심 자료

[매일경제] 핫한 직업 찾는건 헛수고…`메이커`가 돼라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04-11 16:25
조회
3620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4/222034/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유망 직업] 핫한 직업 찾는건 헛수고…`메이커`가 돼라

드론조종사 유망하다며 1만여명이 자격증 취득
중국선 초딩도 아는 기술 한국엔 관련생태계 전무 일자리 찾기조차 어려워
직업 자체를 만들수있는 창의성·원천기술 갖춰야


  • 입력 : 2019.04.11 08:01:03
며칠 전 신산업 분야 시제품 품평회를 다녀왔다.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신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들의 다양한 신제품이 전시됐다. 신제품에 대한 설명 후 일문일답이 이뤄졌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한국에는 사실상 드론 산업이 없고,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무려 20년 차이가 납니다" "알고리즘이나 코딩 같은 컴퓨터의 기초 기술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어서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컴퓨터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나 강사가 너무 부족해요" 등. 품평회에서 산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보고 들은 첨단산업의 현장 상황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설명[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유망하다고 판단하는 산업 또는 직업은 조만간 포화 상태에 2빠져들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없다. 한때 드론 조종사가 7분만 비행하면 200만원, 한 달에 2억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1만여 명이 자격증을 땄다. 그런데 이제는 드론 조종만으로는 취업조차 어렵고, 일을 해도 생존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다. 중국에서는 초등학생들도 드론을 조종할 줄 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학생들은 알고리즘, 코딩 등 드론의 원리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봇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서부터 로봇을 직접 제작·조립하고 스마트폰으로 연결해 원격조종하는 법을 배운다. 선전에서 개최된 메이커 박람회에 가보니 중학생들이 휴대폰으로 로봇을 조종해 누가 상대 로봇을 먼저 제압하는가를 겨루고 있었다.

독일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 관련 전문가 모임에서 스웨덴의 한 교사는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재미있는 교구재를 활용한 컴퓨터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의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을 담당할 교사 양성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로교육의 목표는 특정 직업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생존할 수 있는 원천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직업의 생존주기가 날로 짧아지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뜨는 일자리들도 오래 못 가서 사양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현존하는 직업들은 미래 청년들의 직업이 될 수 없다.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직업으로 연결되는 등 직업의 개념 그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직업의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지고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주인이 돼 일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로봇을 필두로 하는 기계와 인간의 경쟁이 날로 심화돼 수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로봇의 발전으로 새로운 직업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로봇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는 개발자들로 한정된다. 미래의 새로운 일자리는 보다 높은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직업세계는 파생 기술을 익히는 사람이 아니라 직업 그 자체를 만드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메이커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메이커는 알고리즘, 코딩을 통한 컴퓨터 언어학습, 융합인재교육(STEAM), 소프트웨어 능력 등 다양한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러한 메이커가 매우 적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과 창의성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꼴찌다. 미국, 중국, 독일 등에서는 `만드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선진국에서는 만드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를 체험한 사람들이 매일 신기술 기업을 만들어 낸다. 한국에는 현재 3만여 개의 벤처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틀 만에 이보다 더 많은 신생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청소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벤처기업의 사장이 되는 일이 흔해졌다. 중국에서 드론 택시를 개발한 이도 10대 소년이다. 선전에서 만난 대학 창업 전문가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선전에서는 창업을 못 하면 장가도 못 간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무원 월급으로는 평생 집 장만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디지털 기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에 따른 디지털 격차 정도가 아니라, 코딩 능력을 통해 컴퓨터를 얼마나 잘 운용할 줄 아느냐 하는 코딩 격차가 빈부, 교육, 국가 간 격차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를 활용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은 질 낮고 월급도 적은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컴퓨터와 기계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image_readmed_2019_222034_15549372633704574.jpg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소개되면서 그와 관련된 기술들이 먼저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차나 드론,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 등 물리학 기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그리고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등 생물학 기술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누가 어떻게 개발하는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바로 메이커다. 미국, 중국 등에서는 메이커 운동이 오래전부터 그 뿌리를 굳게 내렸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가는 메이커를 위한 각종 공간과 장비, 문화, 교육, 박람회 등이 널리 확산되고 제도화됐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기존의 대량생산에 기초한 수출주도형 경제에 의존하고 있어 미래 신산업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미래 세대는 괜찮은 직업을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 청소년들이 우수한 역량과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새로운 진로교육을 받아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적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통한 창작학습(learning-by-making)`을 생활화해야 한다. 암기 위주의 기존 학습 방식으로는 결코 미래 시대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없다. 재미있는 방식으로 코딩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분야를 익혀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코딩, 알고리즘을 제대로 하려면 일정 정도의 수학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코딩의 원리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교구재를 활용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코포자(코딩 포기자)가 될 수도 있다.

코딩을 암기로 배우려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친 듯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인가에 흥미를 갖고 거기에 깊이 빠져들지 않고서는 미래 직업세계를 주도해 나갈 수 없다. 재미있는 코딩, 스스로 몰입해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학습을 통해 역량을 갖춰야만 변화무쌍한 미래 직업세계를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박동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ADP 공지 사항 보기